보스가 되지 말고 코치가 되라
 
작성자 : admin
작성일 : 2012-02-08 10:07 | 조회 : 632

보스가 되지 말고 코치가 되라

어떤 여자의 경험담 하나. 런던 히드로 공항에서 갈아탈 비행기를 기다릴 때였다. 여자가 신문과 쿠키 한 봉지를 사들고 빈 테이블에 앉아 신문을 보며 쿠키를 먹고 있는데,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순간 이상한 생각이 들어 신문을 내리고 쳐다보니 어떤 잘 차려 입은 남자가 테이블 옆자리에 앉아 여자의 쿠키를 먹고 있는 게 아닌가. 매우 황당했지만 여자는 말을 걸기가 싫어서 그냥 아무 말 없이 자기 쿠키를 집어 먹었다. 하지만 그 남자도 계속해서 여자의 쿠키를 집어 먹었다. 여자는 너무 화가 났지만 말은 하지 않았다. 그렇게 번갈아 먹다 마지막 쿠키 하나가 남았다. 그러자 남자는 쿠키를 반으로 쪼개더니 반쪽은 여자쪽에 밀어주고 반쪽은 자기가 먹고는 자리에서 일어나 가는 것이었다. 여자는 참으로 어처구니가 없었다.


진짜 기가 막힌 일은 그 다음에 일어났다. 여자가 비행기에 올라 짐칸에 올려놓으려고 쇼핑백을 들었을 때 거기엔 아까 샀던 쿠키가 그대로 있는 게 보이는 것이 아닌가. 오, 마이 갓! 여태 여자는 그 남자의 쿠키를 먹은 것이었다. 이 여자가 겪었을 패러다임의 전환은 정말 극적인 것이었다. 염치없고 뻔뻔하게만 보였던 그 남자는 갑자기, 모르는 여자가 자기 쿠키를 먹는데도 용인하고 마지막 쿠키까지 반으로 나누어줄 줄 아는 마음 넓고 멋진 신사로 바뀐 것이다.


오래 전 일이다. 입사한 지 얼마 안 되는 한 직원이 자주 지각을 하기 시작했다. 많이 늦는 것도 아니고 꼭 15분, 20분씩 그야말로 상습적으로 지각을 했다. 사무실 분위기를 흐려놓는 것 같아 따로 불러 주의를 주었다. 앞으로는 제 시간에 출근하겠다고 하더니, 조금 지나니까 또 지각이 반복됐다. 이번엔 화가 났다. 자고로 모든 상사들은 자신의 말 한마디에 상황이 변화되길 기대하는 법. 그 직원을 보면 저절로 인상이 찌푸려졌다. 잘못 채용한 것이 틀림없다고 확신을 했다. 몇 번 더 잔소리를 해댔다.

몇 주가 지난 후였다. 타 부서 중견간부가 와서 조심스럽게 말을 꺼낸다. 그 직원이 요즘 계속 늦게까지 야근을 하느라 너무 힘들어한다, 맡은 거래처가 새로 바뀌었는데 업무 시스템에 적응을 못하여 하나씩 가르쳐가며 일해야 한다, 엊그제는 너무 힘들다고 울면서 하소연하더라는 것이다. 그 소리를 듣자 이번엔 그 직원이 아주 가여워졌다. 힘들다는 말도 어려워서 못하고 몸으로 감당하고 있었구나, 그걸 몰라주고 아침에 조금 늦게 나온다고 그것만 나무랐으니 내가 크게 잘못한 것 같았다. 불러서 야근한 다음날은 늦게 나오라고 말해줬다. 다시 보니 그는 보기 드문 성실한 직원이었고, 정말 잘 뽑은 거라고 생각이 바뀌었다.


경영자들이 직원을 바라보는 패러다임은 극단적으로 다를 수 있다. 전통적인 패러다임은 직원을 ‘성과를 내는 도구’로 보는 것이다. 직원은 회사 전체가 돌아가는 데 필요한 하나의 톱니바퀴이고, 이것은 언제라도 대체 가능한 자원이다. 단지 월급을 받기 위해 회사에 나와 일하는 그 ‘인간’이 누구인지는 크게 개의치 않는다. 이런 시각은 행동으로 표출되기 마련이다.

몇 해 전 삼성전자 직원들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 직장인들이 가장 싫어하는 말 1, 2위가 ‘시키면 시키는 대로 해!’, ‘그렇게 해서 월급 받겠어?’였다. 모두 직원들을 도구로 생각하는 패러다임에서 나오는 대표적인 말들이다. 반면 코치형 리더들은 사람은 누구나 ‘성장 욕구와 잠재적 가능성을 지니고 있다’고 본다. 직원들은 학습하고 발전하는 영혼이 있는 존재이며, 동기부여가 되어 헌신하면 놀라운 목표도 성취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이런 패러다임에서는 일방적인 지시와 명령, 통제보다는 경청하고 제안하며 질문하는 행동이 나온다. 직원들을 주체로 삼기 때문이다.

패러다임은 행동을 낳고 행동은 결과를 낳는다. 우리는 문제가 있으면 행동을 교정하는 데 집착하기 쉽다. 고객 서비스를 개선하기 위해서 서비스 행동교육을 시키는 것이 그 예다. 그런데 ‘전화 3번 울리기 전에 받아라, 미소로 응대하라, 불평 고객의 말을 끝까지 경청하라’고 아무리 교육해도 ‘고객은 나의 업무를 방해하는 귀찮은 존재’로 보는 한 그 교육은 효과가 매우 낮다. 교육 후 얼마간 달라진 모습을 보이다가 다시 예전으로 돌아간다.

방법은 무엇일까. 고객이 우리에게 어떤 존재인지를 브레인스토밍해 보았다. 고객 접점에 있는 직원들이 토론에 토론을 거듭해서 내린 결론은 한마디로 요약되었다. “고객은 우리에게 월급을 주는 존재다.” 이 패러다임을 일단 확립하고 확산하자 그 효과는 매우 신속하고 컸다. 일일이 고객 응대 매뉴얼을 외우지 않아도 직원들이 신속하게 서비스 행동을 실천에 옮긴 것이다. 오히려 매뉴얼을 뛰어넘는 사례도 많이 만들어냈다.


새해를 맞아 직원들과 시너지를 내는 것을 목표로 하는 경영자와 상사들이 많다. 그분들께 한발 더 나아가 직원들의 ‘코치’가 되어주라고 권유드리고 싶다. 코치가 된다는 것은 직원을 주인공으로 보고 그의 성장을 지원한다는 시각이다. 상사가 직원의 코치로서 패러다임을 가질 때, ‘직원을 존중하자’거나 ‘질책은 짧게, 칭찬은 길게’ 따위의 행동교정을 위한 노력보다 훨씬 효과적으로 시너지 넘치는 조직으로의 변화를 성취할 수 있을 것이다.

 

한국코칭센터 대표 고현숙(Helen@eklc.co.kr)/조선일보 칼럼